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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종 2020-09-01 07:11:47, Hit : 3
Homepage   http://ijkim.pe.kr
Subject   이삭 줍는 사람들


사람을 듣는 시간
이삭 줍는 사람들
정은 소설가

매주 화·목·일은 우리 동네의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날이다. 밤에 동네를 산책하면 골목 어귀마다 쌓여 있는 재활용 쓰레기 봉지를 열어 돈이 되는 쓰레기를 한 번 더 골라내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들은 대부분 노인이다.

아녜스 바르다의 영화 <이삭 줍는 사람들과 나>에선 그런 ‘이삭 줍는 사람들’이 여러 명 나온다. 농산물 시장이 폐장한 다음 버려진 상처 난 채소나 과일을 모으는 사람도 있고 직접 밭으로 찾아가 선별과정에서 탈락한, 크기가 규격에 안 맞는 농산물을 줍는 사람들도 있다. 먹을 것이 부족해 줍는 사람도 있지만 멀쩡한 것들이 쓰레기가 되는 게 싫어 줍는 사람들도 있다. 쓰레기를 줄이는 삶을 살기 위해 시간을 내어 이삭을 줍는 사람들을 영화는 화면에 정성스럽게 담는다.

한국의 이삭 줍는 사람들은 바르다의 영화 속 사람들과는 다르다. 한국의 이삭 줍기는 국가가 주지 못한 복지혜택을 노동으로 메꾸는 노인들의 생존전략이다. 한국의 폐지 재활용률은 86%에 달하고 세계 1위다.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그것이 가능한 것은 170만명의 폐지 줍는 노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폐골판지 가격은 1㎏에 84원이다. 시간 대비, 노동 대비 수익량을 생각하면 누가 이득을 보는지 명확히 알 수가 있지만 우리는 그 사실을 잊고 싶어 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폐지 줍는 노인을 마주치지만 그것이 그 사람이 선택한 업무라고만 생각하지 노동의 대가가 부당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음식물 쓰레기도 마찬가지다. 연간 1인당 0.5t에 달하는 음식물 폐기물은 업체들을 통해 사료로 재활용된다. 사료로 재활용된다는 것은 음식물 폐기물을 먹어서 없애는 동물이 있다는 뜻이다.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싶은 진실이다. 식용 개 농장이 여전히 합법적인 까닭은 개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대신 처리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식용 개 농장이 없으면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이 올라가기 때문에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가 누리는 편리함의 대가를 대신 치르는 곳들이 있다. 그것으로 고통받는 생명들이 있는 한 우리 모두는 공범이다. 그것을 잊어서도 모른 척해서도 안 된다. 오늘의 내 행동 하나하나가 어떤 결과를 만들고 어떤 연결을 만들지 끊임없이 생각하지 않으면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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