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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종 2020-03-16 05:24:51, Hit : 2
Homepage   http://ijkim.pe.kr
Subject   반영과결속

[심리학이야기]
반영(Spiegelung)과 결속(Bindung)

사랑하기 때문에 상대의 마음을 알아주고 이해해 주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반영(spiegelung)'이라고 부른다. 반영이란 물에 내 모습을 비춰 보듯이 상대를 통해 나의 마음을 이해받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엄마들은 갓난아이가 울면 기저귀를 갈아 달라는 울음인지, 밥을 달라는 울음인지, 재워 달라는 울음인지 알아내기 위해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배고프구나, 졸립구나' 말을 걸며 아이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얘기해 준다. 또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 친구와 다퉈 우울해할 때면 엄마들은 아이 곁에 바짝 붙어 앉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기분이 나빴는지, 사과하고 싶은지, 더 화를 내고 싶은지 물어보며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고 이해해 주려고 노력한다. 이런 반영을 통해 아이는 엄마와 완전히 '결속(bindung)'되고 안정적인 정서 발달과 행동 발달을 이룰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된다. 그래서 부모나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정서적 반영을 충분히 받은 아이는 나중에 자라서 슬픈 일이 생기더라도 스스로를 위로하고 불안한 마음을 빨리 진정시킬 수 있다

그러나 반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엄마와의 결속력이 약한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감정이나 행동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두려움을 갖는다. 예를 들어, 아이들은 장난감이 부서지면 슬퍼한다. 이때 아이의 감정을 반영해 주는 행동은 품에 안고 토닥여 주며 "장난감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는 걸 엄마도 충분히 알고 있단다. 우리 함께 고칠 수 있는지 살펴볼까?"라고 위로해 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뭘 그런 걸 갖고 우냐며 야단치거나 유별나고 소심한 아이로 취급하면 그 아이는 자신의 슬픈 감정을 무조건 부정적인 것으로만 생각하게 된다. 실제로는 슬프지만 엄마가 야단을 치니까 자신의 감정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는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이렇게 마음속에 생긴 감정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가족들이나 가까운 사람들에 의해 부정당하면, 자신의 진짜 감정은 분해되고 상대의 마음에 드는 감정을 억지로 꾸며내게 된다.

그런 아이들은 불안을 느끼는 상황에서 마음을 진정시키기가 훨씬 어렵고 나중에 자라서도 부정적인 감정들을 통제하지 못해 사소한 일에도 공격적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또 만성적으로 높은 스트레스를 보이며 삶에 대한 근본적인 두려움을 느낀다. 결국 자존감의 결핍은 본질적으로 아이의 인격을 고려하지 않는 데서 생겨나는 것이다.

참지 말고 울어라

아이든, 어른이든 정체성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누군가로부터 사랑받고 인정받는 반영을 통해 자존감을 확립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안타깝게도 감정을 억압하는 것이 세련되고 품위 있는 태도라는 식의 교육을 받으며 살아왔다. '남자는 울면 안 된다, 숙녀는 크게 웃으면 안 된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건 손해다'라는 말을 얼마나 많이 들어 왔는가. 우리는 도대체 왜 그래야 하는지도 모른 채 울지 않고 화를 참아야 착한 아이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감정을 억압당한 사람은 상처를 입었을 때 발생하는 강렬한 고통과 두려움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마음 깊은 곳에 묻어 버리고 영영 치유할 수 없게 방치할 위험이 있다. 그러면 당장의 고통을 피할 수는 있겠지만, 대신 평생 우울한 삶을 살아야 하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드는 슬픈 마음, 의지하던 사람에게 외면당한 아픔, 몸이 아플 때 느끼는 고통, 좋은 일이 있을 때 드는 설렘과 기쁨,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봤을 때 끓어오르는 분노, 마음처럼 일이 되지 않을 때 밀려드는 짜증은 모두 우리가 생생하게 경험해야 할 진정한 감정들이다. 이런 감정을 무시하면서 제대로 인간관계를 맺고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과 생각에 대해서 진지하게 의문을 제기하고 고민해 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감정과 생각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당연하고 긍정적인 것이라는 정체성을 발전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자존감이 약한 사람은 자신의 감정조차 제대로 다루지 못할 뿐만 아니라 참된 자아와도 제대로 교류하지 못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거부당할 거라는 두려움이 너무나 커서 스스로 솔직하게 느끼고 행동하는 대신에 스스로 남들에게 적응하는 쪽을 택하는 것이다.

정신과 교수 에드워드 할로웰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사람들은 1~2년 안에 깊은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고 말한다. 마음 밑바닥에 깔린 해소되지 못한 고통이 그 이후에 느끼는 모든 기쁨과 즐거운 감정에 죄책감을 갖게 만든다는 것이다. 반대로 감정에 솔직해지고 슬픔을 남김없이 표현하면 우울증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확률도 그만큼 높아진다고 한다.

1997년 영국의 왕세자비였던 다이애나가 교통사고로 사망했을 때 영국 전역은 슬픔에 잠겼다. 그녀의 집 앞은 물론 전국에 세워진 추모비에 수백 개의 꽃다발이 놓였고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거행된 장례식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그녀의 죽음을 슬퍼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로부터 몇 년 후 심리학자들은 특이한 변화를 발견했다. 그녀의 죽음 이후 심리상담소를 찾는 영국인들의 숫자가 대폭 감소한 것이다.

그들은 이 현상을 '다이애나 효과(Diana effect)'라고 부른다.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 우울증에 걸렸던 사람들이 다이애나의 죽음을 애도하며 실컷 울음으로써 우울한 감정을 토해 내고 해소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즉 울음이든 분노든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화를 참고 분노를 억누르며 억지로 안정을 찾는 것보다 더 빨리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그들은 말한다.

트라우마와 직접 대면하라

심리학자이자 트라우마 전문가 게오르그 피퍼의 『쏟아진 옷장을 정리하며』라는 책에는 1988년, 51명이 사망한 독일 보르켄 광산 붕괴 사고에서 살아남은 6명의 광부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들은 스스로를 살아남은 죄인이라고 생각했다. 차라리 자신이 죽고 다른 동료가 살았다면 세상에 더 이롭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은 죽은 동료의 가족들이 '왜 동료를 구하지 못하고 혼자만 살아왔냐'고 원망할 것만 같아서 집 밖으로 나오는 것조차 힘들어했지만 가족은 물론 그 누구도 그들의 두려움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생존 광부 중 한 사람이 길을 가다가 죽은 동료의 부인과 마주치는 일이 일어났다. 멀리서 달려오는 동료의 부인을 보자마자 그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으로 안절부절하며 그 자리에 얼어붙어 버렸다. 그런데 그 부인은 마치 죽은 남편이라도 만난 듯 감격스러워하며 당신이 살아와서 너무나 기쁘다고 말하는 거였다. 당신을 통해 남편과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세상을 떠났는지 들을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이다.

그는 그녀와의 만남을 다른 다섯 명의 광부들에게 들려주며 살아남은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깨닫게 되었다. 죽은 동료들을 기억해 주고, 또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며,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의 슬픔을 함께 나눠 주는 것이 자신들의 소명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들은 고통과 두려움을 주었던 사람으로부터 이해받음으로써 마음을 짓누르던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우리는 사회에 소속되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세상과 긴밀하게 연결되기를 원하며 사랑하는 사람과 가깝게 밀착되기를 바란다. 그런 '결속'은 반영을 통해 가장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 쓰고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며,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과 함께 슬퍼해 주거나 기뻐해 줄 때 또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지금 뭘 필요로 하는지 알아 줄 때 행복해하는 것이다. 특히 상처받고 낙담한 사람들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받는 반영이 진짜 자아를 찾게 도와주고 다시 살아갈 힘을 불어넣어 주기도 한다.

그러니 세상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것으로 불안과 두려움을 해소하려고 하지 마라. 누군가 손을 잡아 주고 고통스런 상황에서 끄집어내 주길 바란다면 우리가 세상을 향해 손을 내밀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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