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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종 2020-03-16 04:57:48, Hit : 1
Homepage   http://ijkim.pe.kr
Subject   완곡어법



[심리학이야기] 완곡어법과의 싸움

'완곡어법(Mitigated Speech)'은 전달 내용을 부드럽게 하거나 상대편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려는 화법이다. 예의바르게 행동할 때, 부끄럽거나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을 때, 권위 있는 사람 앞에 섰을 때 우리는 완곡어법을 사용한다. 직장 상사에게 뭔가를 부탁하면서 "월요일까지 필요합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럴 때는 완곡어법을 사용하게 된다.

"불편을 끼쳐 죄송하지만, 이것을 주말 동안 검토해주시면 대단히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완곡어법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러나 다른 상황, 가령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 조종석 안에서라면 완곡어법을 사용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언어학자 우테 피셔(Ute Fischer)와 주디트 오라사누(Judith Orasanu)는 기장과 부기장들에게 다음과 같은 상황을 제시한 후, 그때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물어보았다.

"당신은 기상레이더를 통해 40킬로미터 전방에 강한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런데 당신이 폭풍우와 돌풍이 몰아친다고 말했음에도 (기장 혹은 부기장이) 속도를 마하 0.73으로 유지하며 항로를 변경하려 하지 않는다. 당신은 그 지역을 통과할 수 없음을 확실히 해야 한다. 이때 당신은 그에게 어떤 말을 하겠는가?"

피셔와 오라사누는 상대방에게 경로를 바꾸고 나쁜 날씨를 피하자고 말하는 6단계 방법을 제시했다. 그 각각은 완곡어법의 수준에 따라 나뉘게 된다.

⭐명령 : "우로 30도 급선회." 자신의 뜻을 가장 직설적으로 명확하게 말하는 방법이다. 완곡어법은 없다.
⭐의무적 진술 : "제가 보기에 우리는 지금 오른쪽 가야 합니다." 이전에 비해 덜 구체적인 요구를 하면서 '우리'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약간 부드러워졌다.
⭐권유 : "날씨를 살펴봅시다." 이 진술은 "우리는 같은 배를 타고 있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질문하기 : "어느 방향으로 피하면 좋을까요?" 이것은 '권유'보다 부드러운 표현이다. 상대방이 책임자라는 사실을 인정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사항 제시 : "제 생각에는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꺾는 것이 현명할 듯 싶습니다."
⭐힌트 주기 : "40킬로미터 밖에 있는 것들이 좋지 않아 보이는데요." 이것은 가장 완곡한 표현이다.

피셔와 오라사누는 압도적으로 많은 수의 기장이 이런 상황에서 명령을 내린다는 것을 확인했다.

"우로 30도 급선회!"

그들은 자신의 판단이 틀렸을 경우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반대로 부기장들은 자신의 상사에게 말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장 완곡한 표현을 선택한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들은 힌트를 줬을 뿐이다. 피셔와 오라사누의 연구결과는 우리의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힌트를 주는 것은 가장 알아듣기 어렵고 가장 무시당하기 쉬운 화법이라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완곡어법과의 싸움은 최근 15년간 민간 항공사의 최우선 과제가 되었다. 대부분의 대형 항공사는 '승무원 자원관리(Crew Resource Management)'라는 훈련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이는 연차가 낮은 승무원이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고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해주는 훈련이다. 또한 많은 항공사가 상황이 나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을 때 부조종사가 조종사의 권한을 양도받을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기장님, 걱정스러운데요"라는 말에 이어 "기장님, 이래서는 안 됩니다"라고 말해도 기장이 반응하지 않으면, "기장님, 안전한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한다. 만약 이 말을 해도 통하지 않을 경우, 부기장은 비행기 운항에 전권을 넘겨받게 된다. 많은 항공 전문가가 최근에 항공 사고가 놀라울 정도로 감소한 이유는 이러한 완곡어법과의 싸움이 승리로 돌아갔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완곡어법의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라트와트는 한 가지 사례를 들려주었다.

"아랍에미리트 항공은 기장과 부기장이 서로를 이름으로 부르게 합니다. 제가 볼 때 이것은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기장님, 뭔가 잘못하시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는 건 어렵죠. 하지만 이름을 부르면 그런 말을 하기가 좀더 쉽습니다."

그는 아마도 아비앙카 52편의 추락 사건을 보고 많은 교훈을 얻은 모양이었다.

"저는 제 자신의 권위를 낮추고자 무척 애씁니다. 함께 조종하는 승무원에게 늘 이렇게 말하죠. '나는 그리 자주 비행하지 않네. 한 달에 두세 번이 고작이야. 나보다 자네가 훨씬 많이 비행하고 있지. 내가 뭔가 멍청한 짓을 한다면 그것은 내 최근 비행 빈도가 낮아서 그런 걸세. 그러니 제때에 정확하게 말해주게. 도와달라는 말일세.' 희망적인 것은 이렇게 말하면 입을 여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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