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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종 2017-06-06 22:11:35, Hit : 16
Homepage   http://ijkim.pe.kr
Subject   봄 시 모음




- 윤동주 -
봄이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흘러
돌, 돌, 시내 가차운 언덕에
개나리, 진달래, 노오란 배추꽃
삼동(三冬)을 참어온 나는
풀포기처럼 피어난다.
즐거운 종달새야
어느 이랑에서나 즐거웁게 솟쳐라.
푸르른 하늘은
아른아른 높기도 한데.........



- 김기림 -
사월은 게으른 표범처럼
인제사 잠이 깼다.
눈이 부시다
가려웁다
소름친다
등을 살린다
주춤거린다
성큼 겨울을 뛰어 넘는다.



- 김광섭 -
얼음을 등에 지고 가는 듯
봄은 멀다
먼저 든 햇빛에
개나리 보실보실 피어서
처음 노란빛에 정이 들었다
차츰 지붕이 겨울 짐을 부릴 때도 되고
집 사이에 쌓은 울타리를 헐 때도 된다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가장 먼 데서부터 시작할 때도 온다
그래서 봄은 사랑의 계절
모든 거리(距離)가 풀리면서
멀리 간 것이 다 돌아온다
서운하게 갈라진 것까지도 돌아온다
모든 처음이 그 근원에서 돌아선다
나무는 나무로
꽃은 꽃으로
버들강아지는 버들가지로
사람은 사람에게로
산은 산으로
죽은 것과 산 것이 서로 돌아서서
그 근원에서 상견례를 이룬다
꽃은 짧은 가을 해에
어디쯤 갔다가
노루꼬리만큼
길어지는 봄 해를 따라
몇천리나 와서
오늘의 어느 주변에서
찬란한 꽃밭을 이루는가
다락에서 묵은 빨래뭉치도 풀려서
봄빛을 따라나와
산골짜기에서 겨울 산 뼈를 씻으며
졸졸 흐르는 시냇가로 간다


봄을 위하여
- 천상병 -
겨울만 되면
나는 언제나
봄을 기다리며 산다.
입춘도 지났으니
이젠 봄기운이 화사하다.
영국의 시인 바이론도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다고'했는데
내가 어찌 이 말을 잊으랴?
봄이 오면
생기가 돋아나고
기운이 찬다.
봄이여, 빨리 오라.


봄까치꽃 /이해인

까치가 놀로 나온
잔디밭 옆에서
가만히 나를 부르는
봄까치꽃

하도 작아서
눈에 먼저 띄는 꽃
어디 숨어 있었니?
언제 피었니?
반가워서 큰소리로
내가 말을 건네면

어떻게 대답할까
부끄러워
하늘색 얼굴이
더 얇아지는 꽃

잊었던 네 이름을 찾아
내가 기뻤던 봄
노래처럼 다시 불러보는
너, 봄까치꽃
잊혀져도 변함없이
제자리를 지키며

나도 너처럼
그렇게 살면 좋겠네

봄과 같은 사람/이해인
봄과 같은 사람이란 어떠한 사람일까 생각해 본다.

그는 아마도 늘 희망하는 사람, 기뻐하는 사람,

따뜻한 사람, 친절한 사람, 명랑한 사람, 온유한 사람,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
창조적인 사람, 긍정적인 사람일 게다.
자신의 처지를 원망하고 불평하기 전에
우선 그 안에 해야할 바를 최선의 성실로 수행하는 사람,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과 용기를 새롭히며 나아가는 사람이다.


봄날 아침 식사/이해인
냉이국 한 그릇에 봄을 마신다
냉이에 묻은 흙 내음
조개에 묻은 바다 내음
마주 앉은 가족의 웃음도 섞어
모처럼 기쁨의 밥을 말아먹는다
냉이 잎새처럼 들쭉날쭉한 내 마음에도
어느새 새봄의 실뿌리가 하얗게 내리고 있다


봄 아침 /이해인

창틈으로 쏟아진

천상 햇살의

눈부신 색실 타래

하얀 손 위에 무지개로 흔들릴 때

눈물로 빚어 내는

영혼의 맑은 가락

바람에 헝클어진 빛의 올을

정성껏 빗질하는 당신의 손이

노을을 쓸어 내는 아침입니다

초라해도 봄이 오는 나의 안뜰에

당신을 모시면

기쁨 터뜨리는 매화 꽃망울

문신(文身) 같은 그리움을

이 가슴에 찍어 논

당신은 이상한 나라의 주인

지울 수 없는 슬픔도

당신 앞엔

축복입니다


봄이 되면 땅은/이해인

깊숙히 숨겨 둔
온갖 보물
빨리 쏟아 놓고 싶어서
땅은 어쩔 줄 모른다

겨우내
잉태했던 씨앗들
어서 빨리 낳아 주고 싶어서

온 몸이
가렵고 아픈
어머니 땅

봄이 되면 땅은
너무 바빠
마음놓고 앓지도 못한다
너무 기뻐
아픔을 잊어버린다

봄 햇살 속으로/이해인
긴 겨울이 끝나고 안으로 지쳐 있던 나

봄 햇살 속으로 깊이 깊이 걸어간다
내 마음에도 싹을 틔우고

다시 웃음을 찾으려고

나도 한 그루 나무가 되어 눈을 감고

들어가고 또 들어간 끝자리에는

지금껏 보았지만 비로소 처음 본

푸른 하늘이 집 한 채로 열려 있다


봄 / 안도현

제비떼가 날아오면 봄이라고

함부로 말하는 사람은

봄은 남쪽나라에서 온다고

철없이 노래부르는 사람은

때가 되면 봄은 저절로 온다고

창가에서 기다리는 사람은

이 들판에 나오너라

여기 사는 흙 묻은 손들을 보아라

영차 어기영차

끝끝내 놓치지 않고 움켜쥔

일하는 손들이 끌어당기는

봄을 보아라


봄날, 사랑의 기도 / 안도현

봄이 오기 전에는 그렇게도 봄을 기다렸으나
정작 봄이 와도 저는 봄을 제대로 맞지 못하였습니다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당신을 사랑하게 해 주소서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로 해서
이 세상 전체가 따뜻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갓 태어난 아기가 응아, 하는 울음소리로 엄마에게 신호를 보내듯
내 입 밖으로 터져 나오는 사랑해요, 라는 말이 당신에게 닿게 하소서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남의 허물을 함부로 가리키던 손가락과
남의 멱살을 무턱대고 잡던 손바닥을 부끄럽게 하소서
남을 위해 한 번도 열려본 적이 없는 지갑과
끼니때마다 흘러 넘쳐 버리던 밥이며 국물과
그리고 인간에 대한 모든 무례와 무지와 무관심을 부끄럽게 하소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하소서
큰 것보다는 작은 것도 좋다고,
많은 것보다는 적은 것도 좋다고,
높은 것보다는 낮은 것도 좋다고,
빠른 것보다는 느린 것도 좋다고,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그것들을 아끼고 쓰다듬을 수 있는 손길을 주소서
장미의 화려한 빛깔 대신에 제비꽃의 소담한 빛깔에 취하게 하시고
백합의 강렬한 향기 대신에 진달래의 향기 없는 향기에 취하게 하소서

떨림과 설렘과 감격을 잊어버린
말라비틀어진 나뭇가지 같은 몸에도
물이 차 오르게 하소서
꽃이 피게 하소서
그리하여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얼음장을 뚫고 바다에 당도한 저 푸른 강물과 같이
당신에게 닿게 하소서


봄밤 / 안도현

내 마음 이렇게 어두워도

그대 생각이 나는 것은

그대가 이 봄밤 어느 마당가에

한 그루 살구나무로 서서

살구꽃을 살구꽃을 피워내고 있기 때문이다

나하고 그대하고만 아는

작은 불빛을 자꾸 깜박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봄 소풍 / 안도현

점심 먹을 때였네
누가 내 옆에 슬쩍, 와서 앉았네
할미꽃이었네
내가 내려다보니까
일제히 고개를 수그리네
나한테 말 한번 걸어보려 했다네
나, 햇볕 아래 앉아서 김밥을 씹었네
햇볕한테 들킨 게 무안해서
단무지도 우걱우걱 씹었네


봄 편지 / 안도현

점심 시간 후 5교시는 선생 하기 싫을 때가 있습니다

숙직실이나 양호실에 누워 끝도 없이 잠들고 싶은 마음일 때,

아이들이 누굽니까, 어린 조국입니다

참꽃같이 맑은 잇몸으로 기다리는 우리 아이들이 철 덜 든

나를 꽃피웁니다


3월 - 오세영

흐르는 계곡 물에
귀기울이면
3월은
겨울 옷을 빨래하는 여인네의
방망이질 소리로 오는 것 같다.
만발한 진달래 꽃숲에
귀기울이면
3월은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함성으로 오는 것 같다.
새순을 움틔우는 대지에
귀기울이면
3월은
아가의 젖 빠는 소리로
오는 것 같다.
아아, 눈부신 태양을 향해
연녹색 잎들이 손짓하는 달, 3월은
그날, 아우내 장터에서 외치던
만세 소리로 오는 것 같다.


3월 - 목필균

햇살 한 짐 지어다가
푸서리 진 고향 밭에 심어 볼까
죽어도 팔지 말라는 아버지 목소리
아직 마르지 않았는데
매지구름 한 조각 끌어다가
고운 채로 쳐서 비 내림 할까
황토밭 뿌리번진 냉이꽃
저 혼자 피다 질텐데
늘어지는 한나절
고향에 머물다 돌아가는
어느 날의 연둣빛 꿈


3월 - 박금숙

거친 눈발이 몰아치거나
느닷없는 천둥이 치거나
폭우가 쏟아지거나 하는 것은
참을성 없는 계절의
상투적인 난폭운전이다
3월은
은근히 다림질한 햇살이
연둣빛 새순 보듬어주고
벚나무 젖빛 눈망울
가지를 뚫고 나와
연한 살내 풍기는
부드러움이다
꽃샘추위 시샘을 부려도
서둘러 앞지르지 않고
먼 길 돌아온
도랑물 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일 줄 아는
너그러움이다
3월은
가을에 떠난 사람
다시 돌아와
추웠던 이야기 녹이며
씨앗 한 줌 나누는
포근함이다


봄밤에 / 장석남

개가 짖는다
처음엔 두부장수를 짖고
오토바이를 짖고 이어서
발소리들도 짖는다
밤새 개가 짖는다
들이닥친 봄밤이 낯선 모양이다
앵두꽃과
쑥스러운 상주처럼 비켜서서 피어 있는 목련을 짖고 또
늦게 피는 복사꽃을 짖는 게로구나
개가 짖는다
개가 짖을 때
개가 봄밤을 짖을 때
나도 그 개 짖는 소리쟀
정 가운데 앉아보자
단정히, 매우 드문 일이지만
단정을 자아하고라도 단정히 앉아보자

나는 한없이 작게 흔들리다가
갑자기 열린 문 앞의 촛불처럼 바람에 휘몰리면서
그만 휙, 단 1초도 견디지 못하고
무명실 같은 연기를 등에 꽂고
사라질 것만 같다
나는 내가 한없이 낯설고
나는 내가 한없이 부끄럽고
나는 내가 한없이 가엾다
앵두꽃보다도 작은 지혜도 없이
앵두꽃보다도 작은 미련도 없이
부끄러움마저도 온전히 바라보지 못한 채,
단 1초도 견디지 못한 채,


상춘곡(賞春曲)

엊그제 겨울가고 새봄이 돌아오니
도리행화(桃李杏花)는 석양리(夕陽裏)에 피여있고
녹양방초(綠楊芳草)는 세우(細雨)중에 푸르르다
칼로 말아낸가 붓으로 그려낸가
조화신공(造化神功)이 물물(物物)마다 흡사롭다
정극인(1401~1481)조선시대시인


절구(絶句)

강이 푸르니 갈매기 더욱 희고
산이 푸르니 꽃은 타는듯 붉네
올봄도 타향에서 보내니
어느날에 고향에 돌아갈까
두보(당대시인)


동란이화(東爛梨花)

배꽃은 희고 버들은 푸르니
버들개지 흩날릴때 배꽃은 만발한다
슬프다 동쪽에 핀 한그루 흰 배꽃을
사람이 몇번이나 깨끗함 을 알아볼까
소식(송대당송팔대가)


춘효(春曉)

봄잠 곤히 자다보니 날새는줄 몰랐네(春眠不覺曉)
여기저기 들려오는 새들의 노래소리(處處聞啼鳥)
밤사이에 비바람 몰아 쳤는데 (夜來風雨聲)
꽃잎 은 얼마나 떨어졌을까 (花落知多少)
맹호연(688~740)중국당대시인


하루종일 봄을찾다 찾지 못하고
짚신이 다 닳도록 온산 헤맸네
집으로 돌아오다 매화 밑 지나는데
봄이 이미 매화가지에 있었던 것을
작자미상(作者未詳)


매화(梅花)

담 모서리 두서너 매화가지
눈속에 홀로 피였네
멀리 보면 눈도 아닌것이
그윽한 향기를 풍기네
왕안석(송대당송팔대가)


차가운 눈 매화꽃에 자취를 감추고(寒雪梅花盡)
훈훈한 봄바람 버드나무에 돌아온다(春風柳上歸)
이태백(당대시선)


산중문답(山中問答)

뭐때문에 산속에 묻혀서 사느냐고?(問余何事棲碧山)
웃음으로 대답하니 내마음 한가롭네(笑而不答心自閑)
복숭아꽃 계곡따라 굽이쳐 흘러가니(桃花流水宛然去)
이곳은 별천지 인간세상 아니로세 (別有天地非人間)
이태백


꽃이 진다하고 새들아 슬퍼마라
바람이 건듯부니 꽃의탓 아니로다
가노라 희짓는 봄을 새워 무삼 하리요
송순(조선시대시인)


살구꽃 핀 마을

살구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같다
만나는 사람마다 등이라도 치고지고
늬집을 들어선들 반겨 아니 맞으리
바람없는 밤을 꽃그늘에 달이오면
술익은 초당마다 정이 더욱 익으리
나그네 저무는 날에도 마음아니 바빠라
(이호우 1955~ )


아깝다 이내청춘 세월이 유수로다
철따라 봄은오고 봄따라 세월가니
가는세월 뉘라잡고 오는백발 어이막나
목매기 풀을 뜯고 노고지리 우드니만
뜰앞에 오동잎 찬서리에 지는구나
서러운 내청춘 세월있어 늙어가니
덧없는 인생길 한잔술로 달래보세
우성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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